1980년대, 기찻길은 있지만, 역이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을 나갈 수 있는 길은 오직 기찻길밖에 없는 이곳. 마을 사람들은 기찻길을 지나갈 때마다 매번 기차가 올까 마음 졸이며 지나가야 합니다.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반복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준경이는 청와대에 간이역을 세워달라는 편지를 54통이나 보내보지만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죠. 그런 준경을 지켜보던 자칭 뮤즈 라희는 준경을 도와 간이역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과연 기적을 만들기 위한 준경이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시골 마을을 떠나지 않고 기차역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준경에게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영화<기적>에서 확인하세요.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야, 최초의 민자 역사 ‘양원역’
영화 크래딧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양원역은 실제로 주민들이 직접 세운 최초의 민자 역사예요. 참고로 민자 역사는 민간 자본으로 만든 역사로 롯데마트 서울역점으로 사용되는 1호 서울역도 민자 역사라고 해요. 영화 주인공의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마을 주민들이 양원역을 만들기 위한 스토리는 실화랍니다. 양원역은 승부역과 산타 마을로 잘 알려진 분천역 중간에 있는 역이에요.

분천역, 어디서 봤더라?👀

네, 맞아요. 한국에도 산타마을이 있다는 바로 그 곳! 바로 작년 메리캘린더에 소개했던 분천역 산타 마을이에요!

역 근처 두 마을은 도로교통이 매우 열악해 다른 지역으로 나가기 위해선 약 6km의 산길을 빙빙 돌아나가야 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열차를 타고 오다가 양원역 일대를 지나갈 때 짐 보따리를 차량 밖으로 던지고 승부역에서 내린 뒤 양원역까지 철길 위를 걸어와 짐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실제 철길을 걷다 열차와 부딪혀 죽거나 다친 주민들이 많았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두 마을 주민들이 임시승강장을 만들어달라고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철도청에 요구하여 양원역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주민들이 돈을 모아 대합실, 승강장, 역명판 모두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노력으로 기적을 만든 것이죠.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힐링 영화
이 영화는 재미와 감동, 반전까지 담고 있어요. 강력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반전에 대해서는 말을 줄일게요.😉 과학과 수학 천재이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맞춤법도 모르는 준경이라는 캐릭터와 그런 준경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뮤즈를 자칭하는 라희. 그리고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는 보경과 여느 경상도 아버지 같은 태윤까지. 정말 매력적이고 정감 가는 캐릭터들로 가득해요. 특히, 누나 역을 맡은 이수경 배우가 엄청 눈에 띄었어요. 실제로 이수경 배우가 이 영화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이 영화는 악역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요즘엔 착한 사람들만 가득 나오는 콘텐츠가 좀 귀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그런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 괜히 더 반갑고 더 즐거운 것 같아요. 

또 다른 기적, 흥남철수작전
기적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니 크리스마스와 맞닿아 있는 또 다른 기적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입니다. 흥남철수작전은 6·25 전쟁 중인 1950년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한국군 제1군단과 미군 제10군단 장병 10만 5천여 명, 피란민 10만여 명을 안전하게 38선 이남 지역으로 철수시킨 인도주의적 작전이에요. 흥남철수작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25만 톤의 군수 물자를 싣는 배였고 사람은 60명밖에 탈 수 없었습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은 무기를 모두 버리고 피란민들을 태웠는데요. 배에 탄 피란민만 1만 4천여 명이라고 해요. 흥남 앞바다에는 수많은 기뢰가 설치되어 있고, 도중에 중국군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25일 크리스마스에 거제도까지 도착하는데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섯 명의 새 생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정말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죠. 이후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단일 선박으로 최다 인원을 구출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해요.

역주행의 신화를 만든 브레이브걸스가 한 인터뷰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를 위해  ‘조급해하지 말고 본인만의 방식으로 본인만의 매력을 갈고닦아 나가다 보면 기적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어요. 비단 아이돌의 삶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닐 거예요.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 세상은 자기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낸 사람들 덕분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에요. 작은 노력일지 몰라도 그 노력이 모이고 쌓이면 이 세상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준경의 의지로 양원역이 만들어졌던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찾아올 기적을 위해 메리캘린더는 우리의 자리에서 열심히 크리스마스 정신을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우리 함께 기적을 만들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