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난 젠칭과 샤오샤오는 춘절을 맞이해 고향을 방문합니다. 기차에서 곤란에 빠진 샤오샤오를 돕는 젠칭.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죠. 타향에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샤오샤오는 베이징에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 하나로 자신의 처지를 바꿔줄 남자를 찾기 위해 여러 명의 남자를 만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젠칭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함께하던 친구들은 녹록지 않은 생활에 고향으로 떠나고 본인도 막막한 현실에 번번이 좌절하고 있었죠. 베이징에 오로지 둘만 남게 되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더욱 치열한 삶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가난 앞에서 단단할 것만 같았던 둘의 마음도 점차 삐그덕거리게 되죠. 과연, 젠칭과 샤오샤오는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그들의 사랑과 꿈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영화<먼 훗날 우리>에서 확인하세요.

다재다능의 대명사, 유약영 감독
이 영화를 만든 감독님의 화려한 이력을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유약영 감독은 1995년 <소녀소어>라는 영화를 통해 제32회 대만 금마장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한 능력 있는 배우예요.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품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분이라고 하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음악가로도 행보를 보이셨어요. 캘리포니아 음대 출신으로 작사 작곡 능력을 활용해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OST를 비롯해 다수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고 해요. 또한, 2001년부터 10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해요. <먼 훗날 우리>는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시나리오를 직접 써서 홍콩 아시아 필름 파이낸싱 포럼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대요. 참고로 이 영화의 원작은 류워잉 작가의 <춘절, 귀가>라는 작품이랍니다. 아무튼,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첫 감독 데뷔작품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랍니다. OST도 너무 좋더라고요.

아직은 아닌 것뿐이지 영영 아닌 건 아니잖아
영화를 보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 연고 없는 서울로 가서 사는 지방인들의 슬픔은 어느 나라든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지방 사람이라 주인공들에게 더욱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샤오샤오가 ‘베이징, 누가 이기나 보자고!’ 하는 대사에서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낯선 땅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는 게 어찌나 반가운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일까요. 극 중에서 친구들은 다 떠나가고 두 주인공만 남은 베이징에서 연인으로 발전해 서로를 위로해 주는 모습이 짠하면서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그들의 청춘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청춘이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되었지만, 사실 아직은 아닌 것뿐이지 영영 아닌 건 아니니까요. 오늘도 버틴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자고요!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
샤오샤오가 젠칭이 개발하는 게임에서 남자가 여자를 못 찾으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젠칭은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된다고 답해요.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하던 색채가 있는 과거와 달리 헤어진 두 사람의 현재는 무채색이죠. 현재 다시 재회한 그들은 과거에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돈이 많았다면, 바람대로 다 이루어졌다면 하고 가정하지만 결국 미래에는 다 가졌어도 서로만 없었을 거라고 해요.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을 가기 위해 잠깐 만난 둘은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에 더 이상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게 돼요. 하지만 엔딩에서도 볼 수 있듯 그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먼 훗날 우리>는 영화<라라랜드>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요. 가난한 사랑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서로 다른 길로 가는 두 영화를 보며 관객의 입장에선 해피엔딩이 아니지만 주인공들 각자에겐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춘절(春節)
두 사람의 생활이 변하는 시점마다 춘절이 빠지지 않는데요. 춘절은 음력 1월 1일로 중국에서 가장 큰 명절입니다.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은 명절이에요. 우리나라의 세뱃돈처럼 빨간 봉투 안에 돈을 넣어 준다고 합니다. 춘절에는 군인, 경찰, 소방관 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평균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동안 쉰다고 해요. 민족대이동이라는 말 그대로 춘절에 모든 중국인이 이동하는 모습을 뉴스나 영상으로 보셨을 텐데요.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춘절 전후 무려 40일간 철도와 항공편을 임시 증편한다고 합니다. 또, 춘절에는 친척들과 함께 만두를 빚으며 ‘춘절연환만회’ 방송을 본다고 해요. 매년 음력 12월 29일 또는 30일 밤에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송되며 CCTV 이외에도 수십 개의 방송사와 유튜브, OTT, 틱톡으로 동시 송출한다고 합니다. 201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배우 이민호가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해요.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 그리고 중국 음력(Chinese New Year)과 음력설(Lunar new year)

작년 메리캘린더에서 전해드렸던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메리 크리스마스는 Merry(즐겁게) + Christ(예수님께) + mass(예배드리자)라는 뜻으로 다인종, 다문화 국가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 미국에서 수많은 문화권의 기념일이 모여 있는 12월 연휴 기간 인사말이 오직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메리 크리스마스인 건 다른 문화권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결국 이 모든 기념일을 축하할 수 있는 인사말인 해피 홀리데이를 쓰자는 움직임이 2000년대 들어 힘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어요.
얼마 전 비슷한 논란이 있었어요. 바로 설날에 대한 영어 인사말이었는데요, 모 아이돌이 설날 인사를 영어로 전하는 과정 중에 Chinese New Year라는 말을 사용하여 논란이 되었죠. Chinese New Year은 음력설이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인식 때문에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설날 인삿말이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아시아 나라에서 음력설을 지내고 있고, 나라마다, 종교마다 음력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 나라를 특정해서 말하는 건 맞지 않다고 해요.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하냐고요? 음력설을 뜻하는 Lunar new year를 사용하는 게 좋아요. 또한, 한국에서의 설날은 말 그대로 Seollal로 쓰거나 Korean New Year's Day로 쓸 수 있어요.

고향을 떠나면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아무래도 집이 아닐까 싶어요. 높은 월세와 관리비에 버는 돈의 많은 부분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그런 방이 지하에 있거나 방음도 되지 않고 햇빛 보기도 힘들죠. 영화 속에서도 방음이 되지 않는 젠칭의 방에서 천천히 부감되는 숏에서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씁쓸하더라고요. 뮤지컬<빨래>에 ‘서울살이 몇핸가요 Reprise’라는 넘버에 이런 가사가 나와요. ‘그대 눈물, 그대 웃음이 담긴 사연 새겨질 방 찾아 떠돈 시간 얼마나 되나요, 그대와 나 여기 살아온 시간만큼 살아갈 시간 그대 잃어버린 꿈 그대 두고 온 꿈 다시 꾸어요.’라는 가사인데요, 눈물과 웃음이 새겨질 방을 찾아 떠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힘든 삶을 살다보면 처음의 꿈은 빛이 바래기 마련이지만, 이 글을 읽는 님의 일상엔 꿈을 지켜낼 행복과 행운이 충분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잘 버텨내 봐요. 결국 웃으며 자신의 색을 찾는 젠칭과 샤오샤오처럼 우리의 색을 찾는 그 날까지 말이에요! 오늘의 영화 <먼 훗날 우리>였습니다.